(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신 분들에게만 안전한 글입니다. 스포일러부터 시작하니까요. 특히 본작의 결말에 충격을 받아 대체 이걸 어떻게 마블이 수습하려 하는가 분노 혹은 의혹에 빠지신 분들께 바칩니다. 미리보기에 스포일러가 노출되지 않도록 앞부분에 아무 말이나 써놨으니, 이제 천기누설을 시작합니다.)
자,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어벤져스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미스틱 아츠 유저들은 모두 패배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참패입니다. 전 우주의 생명체 중 50%가 사망했고, 주인공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디언즈들의 피해는 참혹한 수준입니다. 멤버는 로켓 외에는 객원급인 네뷸라 둘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사이드킥이어서인지 등장이 없었던 크래글린은 생사불명이죠. 어벤져스는 오픈멤버 정도만 남고 나머지 인물들은 이제 없습니다. 게다가 지구의 신임 슈프림 소서러인 닥터 스트레인지도 죽었군요. 망했습니다.
물론 타노스도 완전한 승자는 아닙니다. 그 자신의 진술대로, 그는 사명을 이룬 대가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딸 가모라를 잃었고, 그닥 상실감은 드러내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부관이자 주요 전력이었던 블랙 오더 전원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승자입니다. 그 정신나간 사명을 성사해냈어요. (행성 자체와 공간 자체를 자원화할 수 있는 인터갤럭틱 문명들에게 자원 부족이 말이 되는가 하는 매우 날카로운 과학적 질문은 영화적 허용이라는 대답으로 대충 넘기도록 하죠)
사상 최초로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은 그는 신이 되었습니다. '어벤저스'라는 팀명은, 지구가 패배해 멸망한다면 그 복수라도 하겠다는 각오에서 유래했습니다. 이제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요?
본작, 인피니티 워의 한국어 오역부터 시작합니다.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을 희생시켜서라도 타임 스톤을 지키는 소명을 이루겠다던 닥터는 합동 기습 작전이 실패하자 생각보다 너무 쉽게 타임 스톤을 타노스에게 조공합니다. 대가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생존입니다. 그러면서 말하죠. "이미 끝났어."
오역입니다. 닥터는 "endgame"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over"나 "done"이 아닙니다. endgame이란 단어를 보면 저는 '출구전략'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 단어는 턴제 수싸움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이니, 닥터의 해당 대사는 이렇게 번역되어야 합니다. "이게 최종 단계(혹은 마지막 수)야." 닥터가 모든 미래 분기를 살펴서 찾아낸 단 하나의 승리 시나리오는 '타임 스톤을 타노스에게 넘겨 토니 스타크의 생존을 보장받는다'는 요소가 필수였던 겁니다.
물론 출구전략이 포기와 항복이라면, "이미 끝났어"라는 번역이 맞습니다만... 먼지로 스러져가기 직전의 닥터는 "이래야만 했다"는 말을 합니다. 닥터가 본 승리 시나리오라는 맥락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반격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과제입니다. 그런데 잊고 있지 않았나요? 호크아이와 앤트맨이 인피니티 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호크아이는 가족 때문에 소코비아 협정에 서명하고는 앤트맨 스캇 랭을 따라 은퇴했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여기서 앤트맨의 클라이맥스를 떠올려봅시다. 스캇 랭은 딸을 구하기 위해 옐로우재킷의 수트 제어부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티타늄 합금이었던 제어부는 원자 단위 크기까지 줄여도 침투가 불가능했고, 결국 스캇은 금기였던 양자 단위 축소에 도전합니다. 이 금기를 교육해줬던 1대 앤트맨 행크 핌의 진술에 의하면, 원자 수준을 넘어선 이 극소 미시 세계는 양자물리학의 법칙이 지배하는 불확정성의 세계이며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의미가 없는' 세계입니다. 스캇은 딸에 대한 사랑을 고정점 삼아 파동뿐인 미시 세계에서 탈출해 거시 세계로 돌아오는 데 성공하고, 이 경험은 행크 핌에게 양자 크기가 되어 사라져버린 자신의 아내 자넷 밴 다인, 1대 와스프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관객에겐 또 다른 희망도 주죠. 시간과 공간의 의미가 없다는 의미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차기작인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이 축소 기술자 커플이 양자 터널 생성에 성공한다면, 1대 와스프도 귀환하겠지만 과거로도 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주요 사건 현장으로 가서 몇 가지 변수를 고치거나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허무맹랑한가요? 여기 증거가 있습니다.
어벤저스 4의 촬영 현장입니다. 4편은 3편 촬영 직후 잠시의 휴식기만 가지고 곧장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캡틴은 그간 길러왔던 수염이 없으며, 무엇보다 어벤저스 1편 당시의 코스튬을 입고 1편 당시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 앤트맨 스캇 랭이 있어요. 작중 시간대 상으로 이때 스캇 랭은 앤트맨이 되기 한참 전이었습니다. 대충 꼽아보면 곧 내부고발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하고서는 수감된 뒤겠군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상처를 보면, 어벤저스 1편 당시의 상처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 망토는...
토르의 망토입니다. 토르: 라그나로크와 이번 인피니티 워에서 2번 리뉴얼된 복장이 아닌, 어벤저스 1편의 복장입니다. 게다가, 이미 파괴된 묠니르를 들고 있습니다.
이미 사망한 로키도 어벤저스 1편 당시의 복장으로 등장합니다. 입마개를 하고 있으니 뉴욕 전투 이후 아스가르드로 연행되는 과정인데, 1편 작중에서는 이런 실내 장면이 없었습니다. 과거의 뭔가가 변했습니다. 그리고 앤트맨은 그 과거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캐스팅 정보에도 힌트가 있었습니다. 영화판 시빌 워의 기폭제가 되었던 브록 럼로우, 크로스본즈를 기억하십니까?
시빌 워 초반에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자폭해 사망했던 이 전직 하이드라 타격조장이 4편에 출연합니다. 크로스본즈는 아마도 쉴드 소속 시절 캡틴과 함께 타격대를 이끌던 시절, 혹은 하이드라임을 커밍아웃하던 윈터 솔저 사건, 혹은 그 이후 자유 용병이 되어 시빌 워의 기폭제가 되는 사망 사건 정도로 등장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촬영장 스틸컷 중에선, 토니 스타크가 야외에서 실드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도 있습니다. 역대 작중에서 토니는 실드의 옷을 입은 적이
어벤저스 4의 메인 플롯은, 과거의 굵직한 사건으로 돌아가 큰 인과는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타노스의 확실한 승리로 이어지는 몇몇 인과를 고치는 타임슬립 플롯이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3편의 파트2로 기획되었던 4편의 의의가 생깁니다. 지난 10년 동안 영화에서 다뤄온 굵직한 사건들을 재구성하는, 추억 개편입니다. 10주년작에 어울립니다. 그렇다면 과거 사건들을 직접 경험해봤던 베테랑들, 즉 호크아이 같은 생존 히어로들이 앤트맨과 와스프를 과거로 이끄는 이야기가 될 테죠.
4편에서 이런 시간선 개입을 한다는 의미는, 그 이전에 나오는 앤트맨과 와스프 영화에서 두 커플이 양자터널을 통한 시간 여행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설정상 90년대 이후 동면 상태였던 캡틴 마블이 돌아오겠네요. 인피니티 워의 쿠키 영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닉 퓨리가 호출한 것은 캡틴 마블의 마크였거든요. 그리고 캡틴 마블은, 원작을 따른다면 비전에 버금가는 강자입니다. 본작에서 비전은 이중 삼중의 핸디캡을 안고 제 실력을 못 내다가 비명에 갔지만, 그에 필적하는 강자가 옵니다. (쿠키 영상에서 사망 직전의 닉 퓨리가 mother...를 입에 담은 것은 motherfucker를 끝맺지 못한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캡틴 마블은 여성이지만 닉 퓨리와의 인척 관계는 없어요.)
앤트맨, 와스프, 호크아이(4편에서 일본 쪽 버전 코스튬인 로닌 복장을 입은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즈 마블. 시간 여행과 전력 보강으로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다 모으지 못하는 현재를 재조립하는 것이, 닥터가 찾아낸 단 1개의 승리 시나리오였던 것이죠.
그렇다면 아무리 최소로 잡는다 해도, 와칸다 전투를 전후해서 죽은 주요 인물들, 특히 먼지가 되어 사라진 사람들은 모두 죽을 일이 없게 될 겁니다. 윈터 솔저 버키가 대표적이죠.
담당 배우 세바스찬 스탠은 총 9편을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은 후속작 제작 중이에요. 그러니 다들 살아돌아와야죠. 오히려 계약이 끝나가는 배우들은 어벤저스 오픈멤버들입니다.
자 이제 차기작인 '앤트맨과 와스프', 그리고 '캡틴 마블'을 기대해봅시다. 반격의 핵심이 될 두 사람과 전력 보강의 핵심이 될 신참 대선배, 그리고 어딘가에서 뭔가는 하고 있을 최약체지만 멘탈갑인 호크아이를 말이죠.
물론 극소 미시 세계의 양자 터널 현상을 통한 시간 여행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상대는 마블입니다. 또 무엇을 더할지는 알 수 없지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타임슬립은 곁가지이고 또 기발한 무언가를 원작 어딘가에서 발굴해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니 최애캐 죽었다고 너무 울지 말아요.
발라 모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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